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96) 놀,잇다 대표 김유미
수정 : 2021-05-04 05:28:09
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96)
놀,잇다 대표 김유미
▲ 놀, 잇다 김유미 대표
‘놀이로 세상을 잇는다’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멋진 대안교육 되었으면
대한민국이 이번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가장 우수한 방역국가가 되었다는 사실은 실상 어떤 분야에 대해서는 판단에 혼란을 주는 일이다. 방역모범국이 된 것으로 마치 우리나라가 갑자기 모든 부문에서 선진국인 된 듯한 인상을 주고는 있지만 장애아 교육은 아직도 바뀐 게 별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유미 씨가 ‘놀,잇다’를 만들 수 밖에 없었고, 지금까지 잘 버티곤 있다. 하지만 애를 쓸수록 그녀를 외롭고 힘들게 하는 게 바로 이 효율성 없는 형식적 장애아 교육이다. 그리고 그런 사실이 바뀌지 않는다는 게 그녀를 쉴새 없이 움직이게 하고 있었다.
장애아들 치료를 위해 “놀이야말로 인간관계를 이어가는 끈”
눈망울이 그렁그렁하고 힘든 것 없이 잘 살아왔을 법한 그녀의 얼굴에선 늘 밝은 에너지가 넘친다. “아들 준범이가 3살 때 장애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대한민국의 교육시스템이 그걸 해결해 줄거라고 믿었죠.” “하지만 학교에선 아들을 위해 필요한 것을 해달라고 해도 해주지 않았고 자주 요구를 하니까 민원엄마로 낙인 찍더군요”, “그리고 학교는 형식적인 특수교육으로 일관했어요”. “예를 들면 언어치료사와 놀이치료사들은 자기 방식만을 고집하죠. 같이 통합해 효과를 높인다던가 하는 노하우가 전무합니다. 치료사들은 나무만 보고 숲은 못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녀는 준범이를 본인이 직접 치료해야겠다고 나섰고, 그게 ‘놀,잇다’의 출발이다. ‘놀,잇다’는 ‘놀이로 세상을 잇는다’는 뜻을 지녔다. 김대표는 “놀이야 말로 인간관계를 이어가는 끈이고, 이 놀이교육을 통해 장애아동들이 비장애 아동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발달장애 아동 조력 공동체인 ‘놀,잇다’는 파주 탄현면 프로방스 안 상가 한 켠을 빌려 운영 중이다. 놀,잇다의 회원수는 20여명. 13명의 발달장애아동들의 학부모 그리고 장애아동들을 가르치는 선생님 7명을 합친 숫자다. 선생님 7분은 금년부터 모셨다. 대부분 파주, 일산, 김포지역에 사는 발달장애 아동들이 온다.
▲ 2019 경기 꿈의학교 엄마쌤 요리방
장애아동들이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
김대표는 “놀잇다에서는 맘껏 놀면서 배우고 협력하고 자연스럽게 친구가 된다”며 상기된 표정을 짓는다. 놀,잇다의 프로그램엔 열정적인 선생들과 자원봉사자들이 거의 아동들과 1대1로 짝이 되어 친밀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모든 아이들이 다 특별하지만 장애아동이라 해서 특별한 대접이나 배려를 하는 것은 잘못된 교육이다”라고 지적한 김 대표는 “장애아동들이 편한 이웃이 되려면 끊임없이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자각인식이 필요하다. 이런 걸 장애 아동들에게 가르쳐 주는 곳이 ‘놀,잇다’다”고 말했다.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들이 함께 모여 동작, 음악, 미술 등으로 생각이나 상황을 표현하는 표현예술활동 이란 프로그램이 있는 데 진행을 해보면 장애아동이나 비장애아동이나 표현하는 게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놀랍다” 며 “서로가 표현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알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2019경기문화재단 소외계층 문화나눔 지원사업 -다양한 감정, 다양한 표현, 다양한 사람들
신념과 믿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힘, 헝그리 정신에서 나온다.
김유미 대표와 이야기를 이어가는 중에 느낀 게 있었다. 신념과 행동이다. 자기가 옳다고 믿으면 그걸 행동에 옮기는 힘 말이다. 예를 들면 작년 내내 수업은 선생님들 없이 학부모들이 직접 진행하게 했다. 언제나 자신의 아이가 중요하고 다른 아이들을 이해하지 않으려는 일부 부모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한 방법이었다. 초반엔 엉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고 고성과 짜증이 난무했다. 하지만 그녀는 뜻을 굽히지 않고 계속 수업을 진행했고, 서로 부딪치면서 갈등이 극에 달하는 막다른 골목으로 모두가 들어갔다. 거기서 화해와 이해의 장이 펼쳐졌고 타 장애아동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시작됐다. 공동체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그리고 금년부터는 전문가 선생님들이 수업을 진행한다. 적절한 단계인 듯싶다.
내가 방문한 금요일은 Dream Art란 방과 후 미술공예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날이었다. 먼저 선생 한분이 노트북으로 프랑스 작곡가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노래를 들려주고 이어서 여러 동물들 중에서 사자를 찾는 수업을 진행한다. 그리고선 찾은 학생들에겐 그 사자를 그려보라고 도화지와 컬러 수성펜 세트를 안겨준다. 거의 쓰지 않은 새거다. 네 명의 선생들은 1대1로 학생 옆에 붙어 박수를 치며 격려한다. 선생님이 대신 그려주는 일은 절대 없다. 그저 격려하고 칭찬해 준다. 학생들은 신이 나는지 열심히 도화지 화면을 채워 나간다. 이런 식이다. 일반 학교에선 꿈꾸기 힘든 미술교육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감을 키워가고 지역사회에서도 한계를 안은 채 떳떳하게 살아가게 하는 것’ 이게 놀,잇다의 교육목표다.
▲ 2020 방과후 활동 - 뮤지클
공간확보와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 지원 기대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알아내어 그들에게 맞는 취미 동아리를 만들어 여가 생활을 즐기게 해주고 싶다”고 말한 김유미 대표는 “교육을 안정적으로 시킬 수 있는 공간 확보와 보다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장애아동 못지않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장애아동 부모들”이라고 말한 김 대표는 이들을 위해서 맘껏 자신이 힘든 걸 털어 놓는 심리수다회를 가끔 연다며 밝은 미소를 띤다.
김 대표의 꿈은 지속성이다. 규모를 키워가기 보단 지금의 학생들이 성인이 되면 자신들이 ‘놀,잇다’를 이끄는 주인공들이 되길 바란다. “어른이 되어 그들이 운영의 주체가 된다면 발달장애아동 교육은 지속가능한 형태로 갈수 있다”는게 그녀의 믿음이다.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김유미 대표의 단단한 의지가 느껴진다. 이같이 자신의 신념을 사심 없이 펼쳐나갈 수 있는 능력과 열정이 참 아름답다. 현실의 높은 벽앞에서 좌절하고 한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발달장애 아동들이 사회의 건강한 일원이 되는 게 꿈
‘준범이를 비롯한 모든 발달장애 아동들이 사회의 건강한 일원이 되는 것’ 그게 그녀가 가진 소박한 꿈이다. 헝그리 정신을 이야기하는 그녀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현실의 벽과 부딪치며 앞으로 조금씩 벽을 밀고 나간다. 그래 벽을 밀고 나가면 벽이 무너져 내리거나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벽이 멈추고 마는 지점에서 다시 시작될 수 도 있으리라. 눈부신 오후 햇살을 받은 그녀의 얼굴이 빛났다. 아름다운 얼굴이다.
▲ 2019 방과후 활동 꼬부기 공예방 - 하담 가죽공예 체험-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